2026. 3. 28. 21:09ㆍ포포농부
어설푼 농부의 씨감자 심던 날 260328
아침 공기가 아직 차갑게 남아 있는 날이었습니다
봄이라고 하기엔 조금 이른 듯하고 겨울이라고 하기엔
살짝 물러난 애매한 계절의 끝자락이었지요
이런 날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움직입니다
괜히 오늘은 무언가를 시작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그래서 밭으로 나갔습니다
오늘은 씨감자를 심는 날입니다ㅠㅠ

솔직히 말하면 아직 농부라고
말하기엔 많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어설푼 농부라고
부르는 게 더 자연스럽습니다
그래도 이런 날은 괜히 마음이 단단해집니다
땅을 만지는 날은 생각보다 사람을 진지하게 만듭니다
먼저 두둑을 만들었습니다
삽으로 흙을 퍼 올리고 길게 모양을 잡습니다
한 번에 반듯하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삽질을 몇 번이나 반복해야
겨우 두둑다운 형태가 나옵니다
허리를 펴고 하늘을 한 번 바라봤습니다
아직은 햇살이 부드럽습니다
이 햇살이 조금 더 따뜻해지면
이 밭은 완전히 다른 얼굴을 가지게 되겠지요ㅠㅠ

두둑을 만들고 나니
이제야 밭이 밭처럼 보입니다
그 위에 검은 비닐을 씌웁니다
이 작업이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검은 비닐은 단순히 덮는 용도가 아닙니다
잡초를 막아주고 수분을 지켜주고
땅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처음엔 그냥 덮으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면
바람에 날리고 주름이 생기고 쉽지 않습니다
비닐을 팽팽하게 잡아당기고
가장자리를 흙으로 눌러 덮습니다
이때 대충 하면 안 됩니다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들려버립니다
결국 다시 와서 손을 봐야 합니다ㅠㅠ

농사는 늘 그렇습니다
지금의 수고를 아끼면 나중에 두 배로 돌아옵니다
비닐을 단단하게 고정하고 나니
이제 밭이 한층 정돈된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작은 구멍을 뚫기 시작합니다
드문드문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려고 애써보지만
완벽하게 맞추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조금 어설퍼도 됩니다
이 밭은 완벽함보다
정성이 더 중요하다고 믿고 싶습니다
구멍 하나하나가
작은 시작입니다
그 구멍 안에 씨감자를 넣습니다ㅠㅠ

감자를 손에 쥐고 있으면
묘한 기분이 듭니다
이 작은 덩어리가
몇 달 뒤에는 여러 개의 감자가 되어 돌아옵니다
이게 참 신기합니다
씨감자를 넣고
보드라운 흙으로 살포시 덮습니다
이 순간은 항상 조용합니다
괜히 손이 조심스러워집니다
툭 던지는 게 아니라
살짝 올려놓듯이
부드럽게 덮어줍니다
마치 부탁하는 마음처럼
잘 자라줘라
그 한마디를 속으로 여러 번 반복합니다ㅠㅠ

농사는 결국 기다림입니다
씨를 넣는 순간부터
결과를 보기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더 겸손해집니다
비가 적당히 와야 하고
햇빛이 너무 강하지 않아야 하고
바람도 지나치지 않아야 합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그래서 농사는
사람을 낮추는 일입니다ㅠㅠ

이상하게도
밭에 나와 일을 하고 나면
괜히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복잡했던 생각들이
조금씩 정리됩니다
도시에 있을 때는
뭔가를 계속 붙잡고 있어야 할 것 같았는데
여기서는 놓는 연습을 하게 됩니다
놓고 기다리는 것
그게 농사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흙 속에서 변화가 시작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은 생명이 움직입니다ㅠㅠ

유월이 되면
그 결과가 드러납니다
알알이 감자가
흙을 밀어내며 올라옵니다
그 장면은
몇 번을 봐도 낯설고 새롭습니다
손으로 흙을 살짝 헤치면
둥글둥글한 감자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 순간은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기쁨과 안도감
그리고 약간의 놀라움
내가 한 일은
그저 심고 기다린 것뿐인데
자연은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농사는
사람을 겸손하게 만듭니다ㅠㅠ

유월이 되면
작은 감자 축제를 열 생각입니다
거창한 건 아닙니다
그저 수확한 감자를 삶고
따끈한 김이 올라오는 감자를 나누고
그렇게 웃는 시간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한 박스는 따로 담아
아들과 며느리에게 보내려고 합니다
그 생각을 하면
괜히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마트에서 사는 감자와는 다릅니다
이 감자에는 오늘의 땀과 흙의 냄새와
기다림의 시간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더 의미가 있습니다
받는 사람은 모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보내는 사람의 마음은
이미 충분히 채워졌으니까요ㅠㅠ

어설푼 농부의 하루는
이렇게 흘러갑니다
아직은 서툴고
여전히 부족합니다
두둑도 완벽하지 않고
비닐도 조금은 삐뚤고
간격도 일정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 밭은 완벽함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꾸준함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기다림을 요구합니다
그 두 가지만 지키면
언젠가는 답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오늘도 조금 부족한 상태로
다시 흙을 만집니다
어설푼 농부지만
조금씩 농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0^
포포나무 거름 시비 시기와 방법 적정량 완전 정리
안녕하세요요즘 포포나무 키우면서 가장 많이 헷갈리는 게 하나 있습니다물을 언제 줄까도 아니고 가지치기도 아닙니다거름입니다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이렇게 말합니다많이 주면 잘 크겠지
sohola.tistory.com
'포포농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포포농부 일지 260402 포포나무 실생수에 와바시 대과종을 접목하던 날 (1) | 2026.04.03 |
|---|---|
| 포포농부 일지 260401 노지에 포포나무 할빈 2개 와바시 8개 접목 했어유 (0) | 2026.04.02 |
| 포포나무 거름 시비 시기와 방법 적정량 완전 정리 (0) | 2026.03.28 |
| 조용히 시작했는데 마음을 흔드는 포포나무 이야기 (1) | 2026.03.20 |
| 포포나무 삽목 도전기 어설픈 농부의 영농일기 260316 (0) | 2026.03.19 |